마음공부

[스크랩] 스승의 가르침에 관하여

Borealis 임박사 2011. 7. 3. 16:56

선사들의 말씀은 도무지 이해할수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조주스님은 한번은 '마음이 부처다'라고 하고선, 그다음엔 '마음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다'라고 합니다. 심지어 부처님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셨지요. 스승들은 누구하나 쉽고 자세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듯합니다.

이런 더러운(?) 기분은 부처님 당시에도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지 얼마 안되서 결집을 하게되었는데 그때까지도 아난은 아라한과를 얻지 못해서 결집에 참여할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난은 당시 리더인 가섭에게 찾아가서 따집니다. "나만큼 부처님 말씀을 많이 들은 사람이 없는데 도대체 가섭사형께서는 부처님 말씀 밖에 따로 무엇을 전해 받은거요?"

그러자 가섭이 말합니다. "아난아?"

아난이 대답합니다. "왜요?"

그러자 가섭은 "문밖의 찰간대를 꺽어라!"

아난은 도무지 이해할수 없어서 일주일간을 잠도 안자고 벼랑끝에서서 용맹정진한 끝에 아라한이 됩니다.

 

저도 사실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있습니다. 만공-혜암 스님의 법을 이은 청봉스님이라면 뭔가 확실하게 단번에 깨우쳐 줄 만한 어떤것을 주지 않을까하고 찾아 뵈었지만, 아직까지 꿈속에서라도 대오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원망을 스님에게 돌렸습니다. 사실 내탓인데도 불구하구요. 그러다 문득 생각나는 일화가 떠오르더군요.

 

옛날에 한 제자가 스승을 3년간 모셨는데도 깨달음을 얻지 못하자, 스승에게 따졌습니다. "3년이나 시봉하며 모셨는데, 왜 아무런 가르침을 주지 않는 겁니다?"

그러자 스승이 말합니다. "너 지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 너가 밥을 주면 밥을 먹고 차를 주면 차를 마시고 질문하면 대답해주지 않았더냐?"

그 말에 제자는 번뜩 깨우침을 얻었습니다.

 

저도 스님 곁에 있을땐 몰랐는데 미국에 다시 와서 이런 생각이 불현듯 스쳐지나갔습니다. 전등록에보면 '무엇이 자비 입니까?' 라고 묻자 '너가 지금 이렇게 묻고, 내가 지금 대답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의 깊은 뜻은 방금전에 말한 가섭과 아난의 대화의 화두와 같은 것을 가르키고 있습니다. 이 도리는 세상의 어떤 말로도 다 실어 표현해 낼수도 없고 하늘도 가리지 못하고 땅도 덮지 못하는 도리입니다.

 

청봉스님께서 쉽게 설명해주지 않아서 원망스러우신가요? 글쎄요, 너무 자상하셔서 오히려 제가 더 송구스럽답니다.()

출처 : 청봉스님의 장군죽비
글쓴이 : 미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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