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업장경(淨業障經)』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그 때 무구광(無垢光)이라는 한 비구가 있었다. 비사리성(毘舍離城)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을 하다가 몰랐기 때문에 음녀의 집으로 들어갔다. 무구광이 그 집으로 들어가자, 이때에 음녀는 음심을 내며 생각하였다.
‘나 이제 기필코 이 비구와 함께 성교를 해야겠다. 만약 나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나는 죽어버리겠다.’
그리고서 이내 문을 닫으면서 비구에게 말하였다.
‘존자께서는 함께 성교를 하십시다. 만약 저의 뜻을 따르지 않으시면 저는 반드시 죽어버리겠습니다.’
그러자 때에 무구광은 음녀에게 말하였다.
‘잠깐 그치시오. 누이여, 나는 지금 이런 일을 범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 하면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계율을 나는 받들어 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언정 이 계율은 깨뜨리지 않겠습니다.’
그때 음녀는 다시 생각하였다.
‘나 이제 주술(呪術)과 약초로써 이 비구가 음행을 하게 해야겠구나.’
비구에게 말하였다.
‘저는 이제 당신이 물러나서 계율을 깨뜨리게 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드리는 밥이나 받으십시오.’
그리고 이내 집 안으로 들어가서 그 밥에 주술을 부리고 비구의 발우에 넣어주자 주술의 힘 때문에 이 비구는 바른 생각을 잃게 되면서 차츰차츰 음심이 왕성하여졌다. 그 때 음녀는 이 비구의 안색이 달라진 것을 보고 이내 나아가 손을 끌어와서 함께 성교를 하였다. 이때 비구는 그 음녀와 함께 서로가 즐기다가 음행이 끝나자, 걸식한 밥을 가지고 정사로 돌아왔다.
정사에 돌아와서는 크게 뉘우치면서 온 몸에 번열(煩熱)이 생기고 답답해지자 생각하였다.
‘쯧쯧, 어찌하여 큰 계율 몸을 깨뜨렸느냐. 나는 이제부터는 남의 보시는 받지 말아야겠다. 나는 지금 파계한 사람이다. 장차 지옥에 떨어지리라.’
그리하여 이때에 무구광은 청정한 행[梵行]을 같이하던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저는 이제 파계하였으므로 사문이 아닙니다. 반드시 지옥으로 나갈 것입니다.’
그러자 여러 비구들은 무구광에게 물었다.
‘어떤 일이 있었기에 파계를 하셨습니까?’
무구광은 위의 일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때에 여러 동학(同學)들은 무구광에게 말하였다.
‘어진이여, 아셔야 하시리라. 여기에는 문수사리보살마하살이 계십니다. 무생법인을 얻었으므로 파계한 죄를 잘 없애 줄 수도 있고 중생들에게 모든 번뇌[蓋纏]를 여의게도 하십니다. 우리가 이제 당신과 함께 문수사리보살마하살에게로 가서 당신의 근심과 뉘우침을 없애주겠습니다.’
이때에 무구광은 일부러 밥도 먹지 않고 여러 비구들과 함께 문수사리 법왕자에게로 가서 문안하고 공양 공경하고 이내 위의 일을 말하였다. 문수사리는 무구광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이제 식사나 하라. 식사한 뒤에 함께 여래에게로 가서 여래께 이 일을 물어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같이 받아 지녀야 하리라.’
비구는 식사가 끝나자 문수사리와 함께 부처님에게로 가서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아 있었다. 그 때 무구광 비구가 두려워하면서 감히 부처님께 묻지 못하자 이에 문수사리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매만지고 오른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위의 일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이 때 세존께서는 무구광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실제로 그러했느냐?’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본래 마음이 있어서 음행을 범했느냐?’
‘그렇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 본래 마음이 없었는데 어떻게 범했느냐?’
‘제가 나중에는 음심이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비구는 마음으로 음행을 범했다는 것이냐?’
‘그러하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항상 마음이 더럽기 때문에 중생이 더러워지고, 마음이 깨끗하기 때문에 중생이 깨끗해진다고 말하지 않더냐?’
‘그러하였습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내 일찍이 꿈속에서 성교할 때에 마음으로 깨달아 알았더냐?’
‘깨달아 알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에게 음행을 범했거늘, 어찌 마음으로 깨달아 안 것이 아니라 하겠느냐?’
‘그러하옵니다.’
‘만약 그렇다면 비구가 깼을 때와 꿈꿀 때에 범한 음행에 무슨 차별이 있겠느냐?’
‘깼을 때와 꿈꿀 때에 범한 음행에는 차별이 없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내가 먼저 온갖 법은 모두가 꿈과 같다고 말하지 않더냐?’
‘그러하셨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꿈과 같은 모든 법이 이는 진실한 것이냐?’
‘진실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깨었을 때와 꿈꿀 때의 두 마음이 다 같이 진실이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진실이 아니라면, 이는 법이 있는 것이냐?’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있는 바가 없다면 생겨남이 있다 하겠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다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법에 생겨남이 없다면, 없어짐이 있고 속박이 있고 해탈이 있다고 하겠느냐?’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생겨남이 없는 법이라 오히려 아무 것도 없는데 장차 세 가지 나쁜 길에 떨어짐이 있겠느냐?’
그리고 다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모든 법은 본래 성품이 청정하다. 그러나 모든 범부가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서 법이 없음을 사실대로 모르기 때문에 망령되이 분별을 내며, 분별하기 때문에 세 가지 나쁜 길에 떨어지느니라.’
다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법은 실제가 없는데도 갖가지 해야 할 일을 나타냄은 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에 집착한 범부들 때문이며, 모든 법을 분별함도 사실대로 모르기 때문이니, 이것은 진실이 아니니라.’
다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법이 거짓임은 마치 아지랑이와 같기 때문이요, 모든 법은 꿈과 같되 본래 성품이 자재함은 청정함에 이르렀기 때문이며, 모든 법이 마지막임은 마치 물속의 달과 물거품 따위와 같기 때문이요, 모든 법이 고요함은 늙고ㆍ병들고ㆍ죽음의 여러 허물이 없기 때문이며, 모든 법이 취할 것 없음은 이것이 물질 법이 아니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며, 모든 법의 무더기가 없음은 마치 허공과 같기 때문이요, 모든 법에 성품이 없음은 모든 성품을 벗어났기 때문이며, 모든 법이 심히 깊음은 허망을 뛰어넘었기 때문이요 모든 법이 광대함은 처소가 없기 때문이며, 법에 지을 바가 없음은 마침내 고요하기 때문이요 법에 의지할 바 없음은 경계가 공(空)하기 때문이며, 법에 근본이 없음은 필경에는 공이기 때문이요 법이 번뇌[蓋纏]를 여읨은 번뇌와 결사(結使)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며, 법이 왕성함을 여읨은 성품이 나지 않기 때문이니라.’
이렇게 하시자, 그 때에 무구광은 이 설법을 듣고 마음에 기쁨이 생기면서 슬픔과 기쁨이 섞여 눈물을 흘리며 합장하고 일심으로 부처님을 자세히 보다가 이 네 게송으로 말하였다.
‘명쾌합니다. 세존의 큰 공덕이시여/하늘과 세간 사람들의 귀의할 곳이오며/온갖 훌륭한 법 잘 깨달으셔서/모든 고행 능히 끊으신 이께 머리 조아리나이다.’
또 부처님께서는 문수에게 말씀하셨다.
‘과거에 무구광불(無垢光佛)이 계셨느니라. 때에 용시(勇施)라는 비구가 있었는데, 난승성(難勝城)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을 하다가 장자의 집에 닿았다. 그 집에는 딸이 있었고 용모가 단정하였는데, 용시를 보자마자 연심을 품고 병을 핑계대어 용시에게 설법을 청하였다. 그 뒤부터 용시는 자주 자주 그의 집에 갔었고 차츰차츰 서로가 친하여졌으며 자주 서로가 만났으므로 바른 생각을 잃고 음심을 내어 이내 그 여인과 함께 음행을 하였느니라.
그는 마음에 탐착하여 왕래가 잦았고, 때에 그 여인의 남편은 이 비구가 자주 왕래함을 보고 마음에 의심과 성을 내면서 이내 방편을 써서 그의 목숨을 끊고자 하였다. 용시 비구는 이런 사실을 듣고 나서 곧 독약을 가져다 그 여인에게 주면서 말하기를 나를 생각하겠다면 이 약을 가져다가 당신 남편을 살해하십시오>라고 하자, 그 때 장자의 딸은 이내 독약을 밥 속에다 섞어 놓고 그의 여종을 시켜 그 밥을 가져다 그의 남편에게 주게 하였으므로 그의 남편은 밥을 먹은 뒤에 바로 죽었느니라.
그 때 용시는 그가 죽었음을 듣고 마음에 크게 뉘우치면서 생각하기를 지금 내가 한 일은 아주 중한 죄악이다. 어떻게 비구라 하겠느냐, 음행을 하고 게다가 사람의 생명까지 끊었으니, 나는 이제 어디로 돌아가야 하느냐고 하고, 크게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내가 죽으면 나쁜 곳에 떨어질 터인데 누가 나의 이런 고통을 면해 줄 수 있을꼬> 하고, 이런 일 때문에 한 사원으로부터 다른 한 사원까지 두려워하며 내달리는데 옷이 땅에 떨어지므로, 아, 괴상하도다. 나야말로 이제 지옥 중생이로구나>라고 하였느니라.
그때에 해무(醢無)라는 정사가 있었고, 거기에는 비국다라(鼻掬多羅)라는 보살이 있었다. 용시 비구는 이내 그의 방으로 들어가 온 몸을 땅에 던졌다. 그때에 그 보살은 용시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몸을 땅에다 던집니까?>
<저는 지금 바로 지옥 중생입니다.>
또 다시 물었다. <누가 당신을 지옥 사람이 되게 하였습니까?>
용시는 대답하였다.
<저는 큰 죄를 지었습니다. 음행을 범하였고 또 사람의 생명까지 끊었습니다> 그러자 그 보살은 용시에게 말하기를
<비구여,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이제 함께 그대에게 두려움 없음[無畏]을 베풀겠소>고 하였느니라.
그 때 용시는 그 보살이 두려움 없음을 베풀겠다는 소리를 듣고 마음에 한없이 기뻐 날뛰었다. 그 때 비국다라보살은 즉시 땅에서 용시를 잡아 일으켜 그의 오른손을 끌고 다른 데로 데리고 가서 숲 속으로 가 앉았다.
그때에 비국다라보살은 즉시 모든 부처님 경계요, 대승의 묘한 문인 여래의 보인 삼매(寶印三昧)에 들어갔다. 삼매에 들자마자 이내 그의 몸 위에서는 한량없는 부처님 몸이 나왔고 모두가 금빛의 32상(相)인데 숲 사이에 두루하였느니라.
그 때 모든 부처님께서는 즉시 소리를 같이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든 법은 거울의 형상과 같고/또한 물 속의 달과도 같거늘/범부의 어리석고 미혹된 마음으로/어리석음ㆍ성냄ㆍ탐냄을 분별한다.
모든 법은 언제나 모양이 없고/고요하여 근본이 없는 것이요/그지없어서 취할 수 없나니/음욕의 성품 또한 그러하니라>고 하셨느니라.
그 때 숲 속의 2만 천자들로서 비국다라보살에게 와서 법을 들은 이면, 이 게송을 듣자마자 이내 무생법인을 얻었느니라.”
“그 때 무구광(無垢光)이라는 한 비구가 있었다. 비사리성(毘舍離城)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을 하다가 몰랐기 때문에 음녀의 집으로 들어갔다. 무구광이 그 집으로 들어가자, 이때에 음녀는 음심을 내며 생각하였다.
‘나 이제 기필코 이 비구와 함께 성교를 해야겠다. 만약 나의 뜻을 따르지 않으면 나는 죽어버리겠다.’
그리고서 이내 문을 닫으면서 비구에게 말하였다.
‘존자께서는 함께 성교를 하십시다. 만약 저의 뜻을 따르지 않으시면 저는 반드시 죽어버리겠습니다.’
그러자 때에 무구광은 음녀에게 말하였다.
‘잠깐 그치시오. 누이여, 나는 지금 이런 일을 범해서는 안 됩니다. 왜냐 하면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계율을 나는 받들어 행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언정 이 계율은 깨뜨리지 않겠습니다.’
그때 음녀는 다시 생각하였다.
‘나 이제 주술(呪術)과 약초로써 이 비구가 음행을 하게 해야겠구나.’
비구에게 말하였다.
‘저는 이제 당신이 물러나서 계율을 깨뜨리게 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드리는 밥이나 받으십시오.’
그리고 이내 집 안으로 들어가서 그 밥에 주술을 부리고 비구의 발우에 넣어주자 주술의 힘 때문에 이 비구는 바른 생각을 잃게 되면서 차츰차츰 음심이 왕성하여졌다. 그 때 음녀는 이 비구의 안색이 달라진 것을 보고 이내 나아가 손을 끌어와서 함께 성교를 하였다. 이때 비구는 그 음녀와 함께 서로가 즐기다가 음행이 끝나자, 걸식한 밥을 가지고 정사로 돌아왔다.
정사에 돌아와서는 크게 뉘우치면서 온 몸에 번열(煩熱)이 생기고 답답해지자 생각하였다.
‘쯧쯧, 어찌하여 큰 계율 몸을 깨뜨렸느냐. 나는 이제부터는 남의 보시는 받지 말아야겠다. 나는 지금 파계한 사람이다. 장차 지옥에 떨어지리라.’
그리하여 이때에 무구광은 청정한 행[梵行]을 같이하던 여러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저는 이제 파계하였으므로 사문이 아닙니다. 반드시 지옥으로 나갈 것입니다.’
그러자 여러 비구들은 무구광에게 물었다.
‘어떤 일이 있었기에 파계를 하셨습니까?’
무구광은 위의 일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때에 여러 동학(同學)들은 무구광에게 말하였다.
‘어진이여, 아셔야 하시리라. 여기에는 문수사리보살마하살이 계십니다. 무생법인을 얻었으므로 파계한 죄를 잘 없애 줄 수도 있고 중생들에게 모든 번뇌[蓋纏]를 여의게도 하십니다. 우리가 이제 당신과 함께 문수사리보살마하살에게로 가서 당신의 근심과 뉘우침을 없애주겠습니다.’
이때에 무구광은 일부러 밥도 먹지 않고 여러 비구들과 함께 문수사리 법왕자에게로 가서 문안하고 공양 공경하고 이내 위의 일을 말하였다. 문수사리는 무구광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이제 식사나 하라. 식사한 뒤에 함께 여래에게로 가서 여래께 이 일을 물어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같이 받아 지녀야 하리라.’
비구는 식사가 끝나자 문수사리와 함께 부처님에게로 가서 머리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아 있었다. 그 때 무구광 비구가 두려워하면서 감히 부처님께 묻지 못하자 이에 문수사리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매만지고 오른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위의 일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이 때 세존께서는 무구광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실제로 그러했느냐?’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본래 마음이 있어서 음행을 범했느냐?’
‘그렇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 본래 마음이 없었는데 어떻게 범했느냐?’
‘제가 나중에는 음심이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비구는 마음으로 음행을 범했다는 것이냐?’
‘그러하옵니다.’
부처님께서는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항상 마음이 더럽기 때문에 중생이 더러워지고, 마음이 깨끗하기 때문에 중생이 깨끗해진다고 말하지 않더냐?’
‘그러하였습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내 일찍이 꿈속에서 성교할 때에 마음으로 깨달아 알았더냐?’
‘깨달아 알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에게 음행을 범했거늘, 어찌 마음으로 깨달아 안 것이 아니라 하겠느냐?’
‘그러하옵니다.’
‘만약 그렇다면 비구가 깼을 때와 꿈꿀 때에 범한 음행에 무슨 차별이 있겠느냐?’
‘깼을 때와 꿈꿀 때에 범한 음행에는 차별이 없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내가 먼저 온갖 법은 모두가 꿈과 같다고 말하지 않더냐?’
‘그러하셨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꿈과 같은 모든 법이 이는 진실한 것이냐?’
‘진실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깨었을 때와 꿈꿀 때의 두 마음이 다 같이 진실이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진실이 아니라면, 이는 법이 있는 것이냐?’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있는 바가 없다면 생겨남이 있다 하겠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는 다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법에 생겨남이 없다면, 없어짐이 있고 속박이 있고 해탈이 있다고 하겠느냐?’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생겨남이 없는 법이라 오히려 아무 것도 없는데 장차 세 가지 나쁜 길에 떨어짐이 있겠느냐?’
그리고 다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모든 법은 본래 성품이 청정하다. 그러나 모든 범부가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서 법이 없음을 사실대로 모르기 때문에 망령되이 분별을 내며, 분별하기 때문에 세 가지 나쁜 길에 떨어지느니라.’
다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법은 실제가 없는데도 갖가지 해야 할 일을 나타냄은 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에 집착한 범부들 때문이며, 모든 법을 분별함도 사실대로 모르기 때문이니, 이것은 진실이 아니니라.’
다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법이 거짓임은 마치 아지랑이와 같기 때문이요, 모든 법은 꿈과 같되 본래 성품이 자재함은 청정함에 이르렀기 때문이며, 모든 법이 마지막임은 마치 물속의 달과 물거품 따위와 같기 때문이요, 모든 법이 고요함은 늙고ㆍ병들고ㆍ죽음의 여러 허물이 없기 때문이며, 모든 법이 취할 것 없음은 이것이 물질 법이 아니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며, 모든 법의 무더기가 없음은 마치 허공과 같기 때문이요, 모든 법에 성품이 없음은 모든 성품을 벗어났기 때문이며, 모든 법이 심히 깊음은 허망을 뛰어넘었기 때문이요 모든 법이 광대함은 처소가 없기 때문이며, 법에 지을 바가 없음은 마침내 고요하기 때문이요 법에 의지할 바 없음은 경계가 공(空)하기 때문이며, 법에 근본이 없음은 필경에는 공이기 때문이요 법이 번뇌[蓋纏]를 여읨은 번뇌와 결사(結使)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며, 법이 왕성함을 여읨은 성품이 나지 않기 때문이니라.’
이렇게 하시자, 그 때에 무구광은 이 설법을 듣고 마음에 기쁨이 생기면서 슬픔과 기쁨이 섞여 눈물을 흘리며 합장하고 일심으로 부처님을 자세히 보다가 이 네 게송으로 말하였다.
‘명쾌합니다. 세존의 큰 공덕이시여/하늘과 세간 사람들의 귀의할 곳이오며/온갖 훌륭한 법 잘 깨달으셔서/모든 고행 능히 끊으신 이께 머리 조아리나이다.’
또 부처님께서는 문수에게 말씀하셨다.
‘과거에 무구광불(無垢光佛)이 계셨느니라. 때에 용시(勇施)라는 비구가 있었는데, 난승성(難勝城)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을 하다가 장자의 집에 닿았다. 그 집에는 딸이 있었고 용모가 단정하였는데, 용시를 보자마자 연심을 품고 병을 핑계대어 용시에게 설법을 청하였다. 그 뒤부터 용시는 자주 자주 그의 집에 갔었고 차츰차츰 서로가 친하여졌으며 자주 서로가 만났으므로 바른 생각을 잃고 음심을 내어 이내 그 여인과 함께 음행을 하였느니라.
그는 마음에 탐착하여 왕래가 잦았고, 때에 그 여인의 남편은 이 비구가 자주 왕래함을 보고 마음에 의심과 성을 내면서 이내 방편을 써서 그의 목숨을 끊고자 하였다. 용시 비구는 이런 사실을 듣고 나서 곧 독약을 가져다 그 여인에게 주면서 말하기를 나를 생각하겠다면 이 약을 가져다가 당신 남편을 살해하십시오>라고 하자, 그 때 장자의 딸은 이내 독약을 밥 속에다 섞어 놓고 그의 여종을 시켜 그 밥을 가져다 그의 남편에게 주게 하였으므로 그의 남편은 밥을 먹은 뒤에 바로 죽었느니라.
그 때 용시는 그가 죽었음을 듣고 마음에 크게 뉘우치면서 생각하기를 지금 내가 한 일은 아주 중한 죄악이다. 어떻게 비구라 하겠느냐, 음행을 하고 게다가 사람의 생명까지 끊었으니, 나는 이제 어디로 돌아가야 하느냐고 하고, 크게 근심하고 괴로워하면서 <내가 죽으면 나쁜 곳에 떨어질 터인데 누가 나의 이런 고통을 면해 줄 수 있을꼬> 하고, 이런 일 때문에 한 사원으로부터 다른 한 사원까지 두려워하며 내달리는데 옷이 땅에 떨어지므로, 아, 괴상하도다. 나야말로 이제 지옥 중생이로구나>라고 하였느니라.
그때에 해무(醢無)라는 정사가 있었고, 거기에는 비국다라(鼻掬多羅)라는 보살이 있었다. 용시 비구는 이내 그의 방으로 들어가 온 몸을 땅에 던졌다. 그때에 그 보살은 용시에게 물었다.
<무엇 때문에 몸을 땅에다 던집니까?>
<저는 지금 바로 지옥 중생입니다.>
또 다시 물었다. <누가 당신을 지옥 사람이 되게 하였습니까?>
용시는 대답하였다.
<저는 큰 죄를 지었습니다. 음행을 범하였고 또 사람의 생명까지 끊었습니다> 그러자 그 보살은 용시에게 말하기를
<비구여,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이제 함께 그대에게 두려움 없음[無畏]을 베풀겠소>고 하였느니라.
그 때 용시는 그 보살이 두려움 없음을 베풀겠다는 소리를 듣고 마음에 한없이 기뻐 날뛰었다. 그 때 비국다라보살은 즉시 땅에서 용시를 잡아 일으켜 그의 오른손을 끌고 다른 데로 데리고 가서 숲 속으로 가 앉았다.
그때에 비국다라보살은 즉시 모든 부처님 경계요, 대승의 묘한 문인 여래의 보인 삼매(寶印三昧)에 들어갔다. 삼매에 들자마자 이내 그의 몸 위에서는 한량없는 부처님 몸이 나왔고 모두가 금빛의 32상(相)인데 숲 사이에 두루하였느니라.
그 때 모든 부처님께서는 즉시 소리를 같이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든 법은 거울의 형상과 같고/또한 물 속의 달과도 같거늘/범부의 어리석고 미혹된 마음으로/어리석음ㆍ성냄ㆍ탐냄을 분별한다.
모든 법은 언제나 모양이 없고/고요하여 근본이 없는 것이요/그지없어서 취할 수 없나니/음욕의 성품 또한 그러하니라>고 하셨느니라.
그 때 숲 속의 2만 천자들로서 비국다라보살에게 와서 법을 들은 이면, 이 게송을 듣자마자 이내 무생법인을 얻었느니라.”
출처 : 청봉스님의 장군죽비
글쓴이 : 법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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