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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백답

수처작주 입처개진

by Borealis 임박사 2015. 3. 1.

임제록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입니다. 어디를 가든 참된 주인이 되어라, 라는 뜻입니다.

이말이 단지 선가에서만 전해지지 않고 이제는 다양한 분야에서 주인이되어 스스로 주도적인 삶을 살아아 라는 뜻으로 많이 회자되고 있는 명언입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르게 해석해 보겠습니다.

임제선사가 활동하던 시절 중국에서는 선불교가 꽃을 피우던 시절이었습니다. 임제할, 던산방 이란 말로 대표될 만큼 선불교의 한획을 그은 인물이 임제선사입니다.

임제선사 문하에서 공부하던 승려들도 수백명에 달합니다. 그러다 보니 제자들이 선문답을 뜻도 모르면서 아무때나 '할' 을 외치고 다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임제선사는 제자들을 불러 이렇게 말합니다.

동쪽과 서쪽에서 두명의 승려가 와서 동시에 '할'을 외쳤을 때, 누가 주인이고 누가 객이냐?

이 물음에 답할수 없다면, 앞으로 다시는 '할'을 외치치 마라!

라고 단호하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무위(無位) 라는 것은 위치가 없다는 것이니 부처도 없고 귀족도 없고 상대적 차별적 위치가 없다는 뜻입니다. 그야말로 자유인으로 살라는 뜻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어떤 자리도 내 자리가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높은 지위에 오르면 높은 지위대로 살고 낮은 지위에서는 낮은 지위대로 살뿐 진정한 주인공으로 살아라 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왜냐하면 주인공은 이름도 없고 모양도 없거늘 지위에 따라 변하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록 하는 일이 다르고 역할은 달라도 본래 주인공은 잊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무의(無依) 는 의지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부처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조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다른 표현으로 하면 살불살조의 의미로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인다는 뜻입니다. 부처라던가 조사라던가 하는 관념을 떠올리고 의지하게 되면 본인의 공부는 죽은 것이 됩니다. 스승이 원하는 것은 제자가 스승을 뛰어넘기를 바랍니다. 스승의 발자취만 쫒으면 결코 스승을 뛰어넘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선가에서는 부처의 길도 따라가지 마라. 라고 합니다. 누가 어떤 방법으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해서 그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맞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주인이 되어 자신에게 맞는 수행법을 찾고, 아무리 부처나 조사가 말을 했더라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왜그런 말을 했는지 어째서 그런 것인지 의심하고 깊이 궁구해서 그 말이 계합될때만 받아들여야 하는 것입니다. 무엇이든 의지하는 바가 있다면 주인이 되지 못하게 됩니다.

무의(無衣)는 옷을 걸칠것이 없다는 뜻으로 앞서 말한 무위라 비슷한 뜻입니다. 여기서 옷은 의발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의발을 물려받아 조사의 지위에 오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깨달은 사람은 조사로서 모시고 스승으로 모시게 되지만, 우리가 깨달으려고 하는 이유는 의발을 물려받기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부처나 조사의 옷을 입고 스승의 흉내를 낼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자신도 속이고 남도 속이는 꼴이 되는 것이니 속인들이 하는 것과 다를바 없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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