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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공부

뱀의 독

by Borealis 임박사 2011. 2. 9.

(1)
뱀의 독이 몸에 퍼지는 것을 약으로 다스리듯
치미는 화를 제어하는 수행자는
이 세상(
此岸)도 저 세상(彼岸)도 다 버린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

첫 품인 사품蛇品은 뱀을 주제로 한 내용들입니다.
그래서, 첫 품은 모두 '
마치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 버리는 것처럼'으로 끝을 맺습니다.

사람들은 뱀을 싫어합니다.
특히 기독교에서는 에덴동산에서 최초의 사람인 '
이브'를 유혹해, 선악과善惡果인 사과를 먹게 유혹함으로 인간에게 고통을 안겨준 가장 사악한 동물로 묘사됩니다.

그러나
숫타니파타의 첫 품인 사품에서 비유되는 뱀은 그렇게 사악한 동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뱀이 묵은 허물을 벗어버리는 모습을, 마치 업
을 벗어던지듯 환골탈태하는 긍정적인 비유로 반복 사용하고 있습니다.

숫타니파타는 전체의 문구가 위의 첫 구절처럼, 시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며 그 구성 단어들은 대체적으로 평이한 말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해도 이 경이 쉽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마치 저처럼 숫자는 알아도 수학은 어려워서 잘못하는 경우가 있듯이 말입니다.

숫타니파타는 붓다 입멸 후 불과 50~60년 경부터 구전口傳된 붓다의 가르침을 최초로 기록한 대단히 의미 있고 중요한 경전입니다.

반면에 우리가 중히 여기는
금강경, 화엄경, 법화경등 대승불교의 경전들은 거의 불멸 후 500년은 족히 지난 후에 만들어진 경전들입니다.

그러니 대승의 경들이 붓다의 본래의 표현과 달리 점점 어려워지고, 때론 불교적이지 않게 느껴지는 부분도 발견되는 것이 놀랄 일은 아닙니다.

숫타니파타는 이에 비해 붓다의 숨결을 섬세하게 느낄 수 있는 정결하고 깔끔한, 또한 경건하고 긴 여운을 우리에게 주는 경전입니다.

숫타니파타는 이렇듯 붓다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마음을 일으키는 매혹적인 경입니다.

이 경을 통해 붓다의 원음
原音에 가까이 다가서며, 힌두교의 교리를 불교의 것으로 잘못 인식이 된 부분을 짚어 봄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깨달음과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수행의 방법을 초기불교의 세계관으로 풀어보고자 합니다.

독자들과 붓다의 숨결을 느끼며, 마치 갓난 아기 때 엄마 품에 안기듯 평안의 세계로 같이 가고자 하는 마음으로 해설을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