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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 산스크리트어 Sarvasti-v?da)>

by Borealis 임박사 2016. 8. 10.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 산스크리트어 Sarvasti-vāda)>

                  

             

1.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의 성립 

        

   불교는 불멸 후 처음엔 주로 인도 서쪽지방과 서남방으로 전도가 진행되고 불교교단은 서서히 이 두 방면으로 발전해 갔다. 그러다가 세월이 흐르자 점차 불교교단은 인도 각지로 진출, 정착해 갔다. 이와 같이 교세가 널리 퍼져가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회환경이 점차 변해가므로 교단 내에 율법의 적용에 대한 이견이 발생했다.

   그리하여 불멸 후 100년경(BC 4세경) 중인도 베살리(Vēsalῑ)라는 도시에서 계율상의 문제가 쟁점이 돼[십사(十事) 혹은 오사(五事)] 분쟁이 일어남으로써 교단이 보수파와 진보파로 양분됐다. 그 중 주로 장로들로 구성된 보수파를 상좌부(上座部), 대중적인 진보파를 대중부(大衆部)라 불렀는데, 이때의 분열을 근본분열이라 한다.

   그리고 불멸 후 200년 무렵에는 상좌부와 대중부 내에서도 교의해석 문제가 제기돼 각기 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것을 지말분열(支末分裂)이라 한다. 지말분열은 B.C. 3세기경 아소카왕 시대가 절정기였다고 한다. 그리하여 결국 20여개 부파로 분열됐다. 즉, 부처님이 입멸하신 후 100여년(BC 4세기) 경부터 BC 1세기까지 약 300~400년에 걸쳐 교단에 지말분열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시대의 불교를 부파불교라 한다.

   상좌부(上座部, Theravada)를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테라바다(Theravada)라는 말은 “장로(長老)들의 길”이란 뜻으로 보수적인 장로파를 일컬었다. 이 상좌부불교에서는 붓다 생존 시 사용하던 언어인 팔리어(巴里語, Pāli)로 된 경전을 근간으로 했는데, 이는 훗날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대승경전과 대비된다. 대승권의 산스크리트어 경전이나 다른 경전보다도 팔리어 경전에 붓다의 가르침이 더 정확하게 나타나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상좌부에 BC 3세기경 지말분열이 일어나게 되는데, 맨 처음으로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가 분별설부(分別說部 Vibhajyavādin)라 자처하던 본상좌부(本上座部)로부터 분리 독립해나갔다. 설일체유부의 부파이름은 산스크리트어로 sarvâsti-vāda 혹은 Sarvasti-vadin이며, 팔리어 sabbatthi-vāda로서 음역해서 살바다부(薩婆多部)라고도 하고, 번역해서 설일체유부 혹은 줄여서 유부(有部)라 했다. ‘설일체유부’라는 문자 그대로의 뜻은, “일체법(一切法 - 모든 법)이 존재한다(有)라고 설명하는 부(部)”라는 말로서, 모든 것의 실재성을 주장한 부파였다.

   본상좌부(本上座部, 설산부)에서는 경(經)과 율(律)을 중시한 데 비해 설일체유부에서는 논(論)을 중시했다. 이러한 입장 차이로 본상좌부와 설일체유부가 갈라졌다. 이렇게 해서 상좌부가 본상좌부와 설일체유부로 분열되자, 본상좌부는 히말라야 지방으로 옮겨가서 설산부(雪山部)라고 불리었으며, 캐시미르 지방을 본거지로 해서 세력을 유지했다. 한편 설일체유부는 주로 중인도 서북지방에서 카스미라(迦濕彌羅, Kasmira)국을 중심으로 세력을 넓혀갔다.

   그리고 BC 1세기 초까지 설일체유부에서 다시 독자부(犢子部) ‧ 화지부(化地部) ‧ 음광부(飮光部) ‧ 경량부(經量部)가 분리해 나가고, 독자부에서 법상부(法上部) ‧ 현주부(賢冑部) ‧ 정량부(正量部) ‧ 밀림산부(密林山部)가 분리해 나갔으며, 화지부에서 법장부(法藏部)가 분리해 나갔다.

   가다연니자(迦多衍尼子, 카티야야니푸트라/Katyayanputra)를 파조로 하는 설일체유부는 교리연구 면에서 크게 진전해 학문불교적인 색채가 농후해 논장(論藏)을 존중했으며, 불교의 가장 정통적인 사상을 이어받는 부파로서의 역할을 했다. 그리하여 부파의 여러 학파 가운데 가장 많은 아비달마 논서를 낳아, 학문적으로나 교세 면에서 가장 강력한 부파로 성장하면서 서북인도 간다라, 캐슈미르 지방에 세력을 떨쳤다.

   유부는 팔리어 경전인 <아함경(阿含經)>을 소의경전으로 해, 부파불교의 사상적 특징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으며, 상좌부계 여러 부파 중 최대의 것이었고, 후에 일어난 대승불교의 소승불교에 대한 비판과 논란은 거의 모두 이 설일체유부에게 돌려진 상태였다. 그래서 상좌부불교라고 하면 당연히 설일체유부를 지칭했다. 유부가 특히 강조한 논(論)은 교법에 대한 연구로서의 아비달마이며, 유부가 전거(典據)로 삼은 것은 BC 2세기 가다연니자(迦多衍尼子)가 저술한 <발지론(發智論)>이었다.

   그 후 <집이문족론(集異門足論)> ‧ <법온족론(法蘊足論)> ‧ <시설족론(施說足論)> ‧ <식신족론(識身足論)> ‧ <계신족론(界身足論)> ‧ <품류족론(品類足論)> 등 6종의 논[육론(六論)]이 만들어져서 이를 6족발지(六足發智)라고도 했는데,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행해졌으며, AD 2세기 쿠샨왕조 카니시카(재위 127~151)왕의 보호 아래 연구 성과에 대한 집대성이 이루어져서, <대비바사론(大毘婆沙論, Mahāvibhāṣa)> 200권의 대저(大著)로 발전해 유부의 교의가 완성됐다. 카니시카왕의 정책에 따라 이때부터 유부에서도 팔리어 대신 산스크리트어(Sanskrit, 범어)를 썼다. 따라서 훗날 설일체유부의 경전이 중국으로 전파될 때는 산스크리트어로 된 경전이 전해졌다.

   한편 당시 <대비바사론>이 너무 방대했기 때문에 발췌 요약한 여러 강요서(綱要書)가 만들어졌는데, 특히 4세기에 세친(世親, Vasubandhu, 316?~396?)이 대승불교로 전향하기 전 설일체유부의 설을 근간으로 하고, 경량부(經量部)의 설을 참조해서 <대비바사론>을 주석한 〈구사론(俱舍論) -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Abhidharmakośa-śāsastra)>이 가장 뛰어난 명저로 중시됐다. 그에 따라 설일체유부 교리가 대승불교의 유식(唯識)사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그리하여 발지론(發智論) ‧ 대비바사론(大毘婆沙論) 외에 구사론(俱舍論) ‧ 집이문족론(集異門足論) ‧ 법온족론(法蘊足論) ‧ 식신족론(識身足論) 등이 유부의 견해를 밝힌 대표적 저술이라 할 수 있다.

                

2.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의 교학체계

           

   1) 삼세실유 법체항유(三世實有 法體恒有)

 

   모든 존재는 우리 눈앞에 인식돼지는 현실에서만 그 존재성을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또 미래에도, 즉 현실공간에 나타나기 이전에도 또 사라진 뒤에도 그 본체나 본성을 실질적으로 인정해야 된다는 이론이다. 그래서 본체(本體), 모든 존재의 본성은 항유(恒有), 즉 과거 ‧ 현재 ‧ 미래에 관계없이 존재한다고 하는 아주 독특한, 설일체유부라는 부파의 대표적 명제 같은 주장을 했다. 이것이 삼세실유 법체항유(三世實有 法體恒有)라는 주장이다.         

   불멸 후, 교단은 차츰 확대발전하고, 특히 BC 3세기 전반에 인도에 처음으로 출현한 통일국가인 마우리아(Maurya)왕조, 그리고 그 황금시대를 연 아소카왕(阿育王, Ashoka)의 불교신앙은 불교세력을 전인도에 비약적으로 늘렸고, 교단분열도 활발했다. 그리하여 대중부 상좌부가 분열해서 약 20여개의 부파가 성립됐다. 뒤에 일어난 대승불교는 이것을 소승 20부라 했다.

   이렇게 분열된 각 부파는 저마다 구전의 가르침[아가마(Agama)-아함(阿含)]을 불경으로 고정시킨 뒤에, 이를 각 부파에서 이론적으로 해석함에 따라 교의를 조직화 내지 체계화했다. 이 정밀한 교의체계를 아비달마(阿毘達磨, 또는 阿毘曇, abhidharma)라고 한다. 즉, 교조 붓다의 법(dhamma)에 대한(abhi) 설명과 주석을 아비달마라 하는데, 바로 논장(論藏)을 일컫는다.

   불교 형이상학은 근본적으로 ‘법(法 dharma)’이라는 존재를 가정해서 이루어지는데, 이 법, 즉 다르마(dharma)라는 말은 여러 의미를 지닌 말이어서 해석하기 곤란한 점이 있다. 그동안 논의된 내용을 종합하면,

     ①법, 법칙, 기준 ②가르침, 진리 ③도덕, 종교 ④속성, 성격

     ⑤최고의 실재 ⑥경험적 사물 ⑦존재의 현상 ⑧존재의 요소 등의 의미로 쓰이고 있어서,

   아비달마 논서에서의 ‘다르마’라는 어휘는 위의 것들 중의 어느 하나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경험적 세계의 모든 것, 존재, 현상 등을 일컫는 ‘법(法-dhamma)’이란 말은 복잡한 인과관계로 서로 얽힌 무수한 법(法)의 이합집산에 따라 유동적으로 구성돼 있다고 하는 뜻이 되겠는데, 이러한 ‘법의 존재론적 실재’에 대해 여러 부파들 사이에는 다양한 견해가 존재했다.

   그 중에서 설일체유부의 논사(論師 ābhidhārmika:교리학자)들은 당시의 대부분의 불교도들과 마찬가지로 유심론(唯心論)에 경도돼, 경험적인 모든 존재는 환상이라고 간주하면서도 법(法)이라는 요소들은 영원히 존재하는 실재라고 주장했다. 그들의 사상에 의하면, 법들은 순간순간 작용해 경험적 현상세계를 만들어내는데, 이 경험세계는 환상이며, 법은 이 경험세계 너머에 존재한다고 했다. 즉, 유부에서는 아공법유(我空法有)의 입장을 취했다.

   그리고 법체(法體)란 모든 법의 체성(體性)이란 뜻이다. 만유제법의 실체, 즉 우주 삼라만상의 근본이 되는 실체를 말한다. 법체(法體)는 개체들의 변하지 않는 실체를 말하며, 항유(恒有)는 항상 변함없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마치 인도고대 브라만교의 아트만(Atman)과 비슷한 존재이다. 시간이 과거 ․ 현재 ․ 미래에 걸쳐 실재하는 것은 법체(法體)가 불멸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시간이란 거대한 컨베이어벨트가 무한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그 위에 법체라는 것이 걸쳐 있기 때문에 인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뒤집어서 말하면 법체가 항유하기 때문에 삼세[시간]가 실유하다는 이론이 성립된다.

   그리하여 유부교학에서는 실재론적 경향을 중시하게 돼 삼세실유 법체항유(三世實有 法體恒有)를 주장했고, 이것은 곧 설일체유부의 대표적 명제였다. 법의 본체(本體)는 3세, 즉 과거 ‧ 현재 ‧ 미래의 3세를 통해 변하지 않으므로 영원히 소멸하지 않고 실재한다는 뜻이다. 이는 곧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걸쳐서 궁극적인 요소로서의 법의 실체는 변함없이 항상 존속한다는 말인데, 법의 본체가 시간적으로 실재함을 표현한 것이 삼세실유이며, 공간적으로 실재함을 표현한 것이 법체항유이다. 즉, 75가지의 다르마(dharma, 法)들의 실재가 과거 ‧ 현재 ‧ 미래의 3세에 걸쳐서 실재한다는 주장이다.

   설일체유부에 의하면, 유위(有爲)의 다르마 전체에 공통된 성질에는 두 가지가 있다. 그 하나는 순간성[찰라멸(刹那滅)]이며, 다른 하나는 삼세실유성(三世實有性)이다. 이 두 성질은 모순된 것으로 보여서 다른 학파로부터 격렬한 비판의 대상이 됐지만, 설일체유부의 입장에서는 이 둘에 의해 제행무상(諸行無常)을 변증하려 했다.

   예를 들면, 책상 위에 있는 컵은 한 시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컵으로서 지속적으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그것을 법의 이론에서 본다면, 순간에 생겨나 순간적으로 소멸해 버리는 유위제법(有爲諸法)의 끊임없는 연속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제법의 하나하나는 시간적 지속성을 전혀 갖지 않으며, 다음 순간에 모두 소멸해버리는 찰나멸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순간에도 그대로 컵이 거기에 존재하고 있는 것은 선행한 제법을 상속해서 그것과 동류의 법이 동일한 장소에서 동일한 관계를 가지고 계속 생기(生起)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한 세 번째 순간 이후도 마찬가지이다. 이처럼 비지속적(非持續的), 순간생멸적(瞬間生滅的)인 제법의 연속적, 비단절적(非斷絶的)인 생기 위에서 컵의 존재라고 하는 시간적 지속 현상이 우리 눈의 경험적 세계의 사실로서 비치게 된다고 했다.

   그러나 이 경우, 법이 생기한다고 해도 무(無)로부터 생겨나는 것이 아니며, 소멸한다고 해도 무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생기(生起)라는 것은 법이 미래로부터 현재로 현현하는 것이며, 소멸이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현재로부터 과거로 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에 나타난 법은 미래의 영역에 존재한다. 현재에서 과거로 사라진 이후의 법은 과거의 영역에 존재한다. 미래의 영역으로부터 나타나 과거의 영역으로 사라지는 동안의 한 순간의 법은 현재에 존재한다. 미래에도 존재하며, 현재에도 존재하고, 과거에도 존재한다. 법은 삼세 어디에서나 그 자체로서 변함없는 특성[자성(自性)]을 가지고 존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삼세에 실유(實有)한다. 이와 같은 유부의 순간적 존재론에 대한 멋진 비유가 있다.

   영화필름(film)의 흐름은 릴(reel)에서 릴로 움직여 그침이 없으나 필름에 현상된 한 토막의 화면 그 자체는 처음의 릴 속에 있을 때도, 램프(lamp)에 조명될 때도, 다음 릴에 감겨진 뒤에도, 변하지 않고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스크린(screen)에 차례차례로 투사된 영상은 하나하나로서는 순간적이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면서, 그것이 무수하게 부단히 연속함으로써 변화하며, 활동하고, 시간적 경과를 가진 한편의 줄거리를 엮어간다.

첫 릴은 다르마의 경과라는 삼세 중의 미래의 영역에 해당하고, 램프에 의해 조명되는 순간은 현재에 해당하며, 나중의 릴은 과거의 영역에 해당한다. 필름의 한 토막 한 토막이 곧 다르마, 엄밀히 말하면, 같이 생하는 무수한 다르마의 집합이다. 그리고 스크린에 영사된 영상의 활동변화에 의해 엮어지는 이야기는 정녕 현실의 경험적 세계, 즉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세계에 해당한다. 릴에서 릴로 필름이 흐르듯이 다르마의 시간은 횡으로 공간적으로 확대돼 있다. 스크린에 영사되는 이야기의 경과와 같이 경험적 시간은 그것을 종으로 관철한다. 그 두 가지 시간의 교차점을 절대의 현재라고 할 수 있듯이 우리들 경험적 세계에 사는 자는 언제나 거기에서 있는 것이라는 말이다.

   

   2) 5위(位) 75법(法)

    

   AD 4세기 경, 원래 유부 소속 논사였던 세친(世親, 바수반두/Vasubandhu)이 대승불교 유식학파로 전향하기 직전, <대비바사론>을 주석해, 설일체유부의 교의체계를 간결하게 요약한 논서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을 저술했다. 이는 명실상부 부파불교 교학을 대표하는 명저로서 인도에서 뿐만 아니라 중국, 한국에서도 부파교학의 입문서로 연구됐다. 그 내용은 계(界), 근(根), 세간(世間), 업(業), 수면(睡眠), 현성(賢聖), 지(智), 정(定), 파아(破我)의 9품으로 구성돼 있고, <발지론(發智論)>의 입장을 답습하면서 <아비담심(론阿毘曇心論)>에 따라 수정을 가했다.

   또 설일체유부 교의를 체계화함에 있어서 비바사사(毘婆沙師, 주석가)의 설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부파 특히 경량부(經量部)의 설까지도 참조해 비판적 태도로 저술한 점에 특색이 있다. <구사론>이 부파불교학의 기초이론으로서 오랫동안 평가돼온 것은 그 교의가 정연한 체계로 논술돼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기할 학설은 제법(諸法), 즉 모든 존재를 5위(位) 75법(法)으로 포괄하려는 논리였다. 즉, 설일체유부는 세상 모든 것을 오위(五位) 75법(法)으로 나누어 이들 각각을 영원불변의 실체성(實體性) 내지는 실재성(實在性)을 지닌 것들로 파악한 다음, 이들이 여러 형태로 상응(相應) 상반(相反)하는 관계에 의해 모든 형상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면 붓다의 교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가운데 붓다의 교설 내용을 절대시하는 가운데 형성된 관념체계라고 하겠다.

 

   — 다르마의 이론 - 5위(位) 75법(法) —

 

   여기서 75법이란 존재를 분석해 얻은 요소들의 전체를 가리키며, 이 존재는 색(色) ‧ 심(心) ‧ 심소(心所) ‧ 심불상응행(心不相應行) ‧ 무위(無爲)의 다섯 가지 범주[5위]에 포괄된다고 말한다. 이와 같이 <구사론>은 전 존재를 법에 의해서 분류했는데, 그 법을 존재요소로서 실체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푸른 병은 깨어지면 없어진다. 그러나 그 청색이라고 하는 것은 병이 깨어져도 존재한다. 이와 같이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고 그 자체로서 존재하는 것을 자성(自性)을 갖는 것이라고 하며, 법(法)이라고 불렀다.

   이 주장이 근본불교의 무상 ‧ 무아사상과 모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데, 유부에서는 현재세를 일 찰나(刹那)로 보고, 법체는 항유이지만 찰나멸(刹那滅)로서 미래에서 현재를 통과해 과거에 낙사(落謝-사라진다)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서 유부의 설이 단순한 실재론(實在論)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심리현상이 찰나멸인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으나 상주불변(常住不變)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는 것이므로 그 변화는 결국 찰나 속에 있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유부에서는 인간이나 집 ‧ 산 등 찰나 찰나의 연속 위에 성립하는 것은 실유(實有)의 법으로는 되지 못하고, 색(色) ‧ 형(形) ‧ 향(香) ‧ 맛 등 찰나에 존재하는 실유의 법에 결합해서 성립하는 것도 가법(假法)이라고 말한다. 유부에서는 실유의 법이란 이와 같이 가법으로서의 현상을 성립시키는 기체(基體 -要素)라고 했으며, 그 기체들의 개수를 다음과 같이 체계적으로 헤아려 총 72법이 있다고 했다.

     ① 색법(色法); 물질의 요소 - 11종

     ② 심법(心法): 마음의 주체(心王) - 1종

     ③ 심소법(citta와 caitta, 즉 心과 心所法); 마음의 작용 - 46종

     ④ 심불상응행법(心不相應行法); 물질도 마음도 아닌 관계, 능력, 상태 등을 나타내는 요소, 즉 물질에도 정신에도 속하지 아니하는 법 - 14종

   이상의 72법에 허공(虛空)과 택멸(열반), 비택멸의 연기한 존재가 아닌 것 3종을 통틀어 무위법(無爲法)이라 하고, 무위법 3종을 더하면 75법이 된다.

   이와 같이 유부에서는 앞의 72법은 연기되는 존재라고 해서 유위법(有爲法)이라고 했다. 그리고 일체법(모든 법 ‧ 법 전체)을 유위법 4위와 무위법 1위의 5위로 조직하고, 다시 그 5위는 75종의 법으로 분류된다고 해서, 일체법(모든 법 ‧ 법 전체)을 5위 75법이라 했다. 설일체유부의 이론에 의하면, 75가지의 법은 상호 다양한 인과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 같은 인과관계 위에서 유동적으로 구성돼 있는 것이 현실세계라고 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존재한다고 하는 설일체유부의 주장은 바로 이러한 존재의 기본요소인 법(法, dharma)에 관한 것이다. 모든 것이라고 하는 것은 과거 ‧ 현재 ‧ 미래의 모든 것을 의미하는데, “이 모든 것이 있다. 즉 모든 것이 과거 ‧ 현재 ‧ 미래의 시간을 통해 존재한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일체의 사물은 무상하다는 불교의 기본적 입장과 모순되지 않는가. 이와 같이 그 어떤 사유 판단에 영원불변의 실체적 내지 실재하는 존재가 전제된다면, 이는 벌써 근본불교의 본질에 어긋나고 마는 것이다. 이는 무상(無常) ‧ 무아(無我) ‧ 연기(緣起) ‧ 중도(中道)라는 붓다 교설의 근본정신에 위배하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붓다의 근본 뜻은 붓다 자신과 설법내용을 포함한 일체가 무상하고 무아인 것들이며, 연기하는 것들임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붓다는 이런 연기법 등을 통해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비고비락(非苦非樂)의 중도에 의해서 정각(正覺) 열반에 도달할 수 있음을 가르쳐 주었다.

   그런데 설일체유부와 같이 다원론적 존재가 삼세에 실재한다는 전제하에서 모든 현상을 설명하고자 한다면 이는 근본불교에 어긋나는 잘못에 빠지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법의 실체화는 후에 대승불교의 용수(龍樹)에 의해 크게 비판받게 된다. 용수는 이를 비판하고 시정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대승경전인 <반야경>의 공관(空觀)을 다시 심화시켜 밝혔다. 어떻든 유부의 교학은 부파불교의 가르침 중에서 가장 강력했고, 또한 대승불교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으므로 유부의 유(有) 철학에 대한 이해 없이는 그 안티테제로서 대승불교의 반야(般若) 공(空)사상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상에서 보다시피 부파불교의 아비달마라는 것이 이토록 세분화하고 미세한 곳까지 논함으로써 필요이상으로 논리 세분화가 이루어졌는데, 그것이 과연 신앙생활에 무슨 필요가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참으로 번잡한 이론전개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결국 이런 번쇄한 이론들이 민중으로부터 외면당하게 되고, 대승불교의 흥기를 불러온 원인이 되기도 했다.

     

   3) 업론(業論) - 업감연기설(業感緣起說)

     

   유부에서 업론(業論)으로서는 극단적인 선ㆍ악 행위를 이루었을 때, 인간의 신체에 일생동안 그 영향을 주고 있는 무표색(無表色-잠재력)이 생긴다는 주장을 했다. 이는 현대에는 심리적 영향으로 생각되는데, 유부는 이를 물질[색(色)]로 본 점에 특징이 있다.

그리하여 설일체유부에서는 업감연기설(業感緣起說)을 중시했는데, 업감(業感)이라고 하는 말은 업(業)이라는 행위에 의해서 모든 것들이 펼쳐지고, 서로 간의 관계성을 가지게 된다는 의미이다. 불교는 우주만유의 생성을 연기론으로 설명한다. 기독교나 그 밖의 다른 종교들은 우주의 근원으로서 조물주를 내세우지만 불교는 무신론이다. 만물이 생겨나고 발전하는 원인은 만물 밖에 있는 다른 존재가 아니라 그 만물 자체 안에서 행해지는 인과법칙의 원리에 의해 생성되고 발전한다는 것이 불교의 입장이다. 그 인과의 이치를 인연이라 하고, 인연에 의해 생기 발전한다는 것이 연기설이다.

   그리고 업감연기론이란 만유(萬有)가 인연의 원리에 의해 서로 인(因:근본원인)과 연(緣:보조원인)이 돼 생겨나고 이루어지고 발전한다는 것으로, 그 연기주체가 바로 업(業)이다. 만유는 모두 자기가 짓는 업이라는 세력이 주체가 돼, 그것을 인으로 하고 다른 연을 만나 이루어진다고 한다. 우리가 벌이는 일체행위가 하나의 세력[업]으로 잠재했다가 그 자체를 인으로 삼고 다른 연과 결합해 온갖 현상을 낳는다는 것이 업감연기론이다.

   “이 세상엔 어찌해 일찍 죽는 자가 있고, 오래 사는 자가 있는가. 병 많은 자가 있고, 병 없는 자가 있는가. 용모가 추하게 생긴 자가 있고, 잘 생긴 자가 있는가. 가난하게 사는 자가 있고, 부자가 있는가. 어리석은 자가 있고, 지혜로운 자가 있는가.”

   모든 유정(有情)은 각자의 업이 있어 그 업의 상속자이며, 업에 묶여 살고, 업이 모든 유정들을 분별해 우열이 있게 한다. 즉, 이 우주 유정은 모두 그 유정들이 지은 업력에 의해 자기 자신과 각자의 환경을 만들어간다. 그리고 이 업엔 사사로움이 없어 부모가 지은 업의 결과를 자식이 대신할 수 없고, 남편이 지은 업의 결과를 아내가 대신 받을 수 없다. 이것이 업인업과(業因業果)의 철칙이다.

   부파불교의 설일체유부에서는 인간의 고통의 직접적인 원인을 자기가 저지른 잘못된 행위[업]로 보고, 그 궁극의 원인을 번뇌라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인간의 존재를 번뇌[혹(惑)]→업→고통의 연쇄로 윤회하는 존재로 봤다. 이것을 업감연기라고 한다. 그 때문에 인간이 고통에서 벗어나서 열반의 경지를 얻기 위해서는 번뇌를 끊어야 한다. 결국 유부는 번뇌를 끊는 방법을 고찰했다. 즉, 사제(四諦)의 이치를 반복적으로 연구ㆍ고찰함으로써 지혜가 생기고, 이 지혜에 의해서 번뇌를 끊는다는 것이다. 모든 번뇌를 끊는 수행자는 성인이 돼서 아라한(나한)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열반의 경지이다.

    

   4) 유위(有爲)와 무위(無爲)

    

   모든 존재는 변화한다는 무상(無常)의 가르침은 부처님의 가장 기본적인 교설이다. 일체의 존재는 모두 시간과 함께 변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은 무상한 것을 있는 그대로 무상하다고 보려하지 않는다. 그러한 것에 대해 당치않은 욕망을 품고 집착하며 괴로워한다. 무상한 것을 무상하다고 알고, 그리고 거기에 대해 집착을 떠나라고 하는 것이 불교의 기본적 가르침이며, 그것이 올바른 지혜이다.

   그런데 범부중생은 무지로 말미암아 무상한 것에 상주성(常住性)을 기대한다. 이 기대가 어긋날 때, 실망과 노여움을 느낀다. 무아(無我)인 것에 대해 '나'를 의식하고 '나의 것'을 의식한다. 이런 ‘아상(我相)’으로 말미암아 요구, 갈망이 생기고 고뇌한다.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을 기대하고, 의식해서는 안 될 것을 의식하는 곳에 번뇌에 의한 업이 있게 된다. 그 결과는 고(苦)이다. 따라서 무지(無知)를 떠나 무상을 무상으로 알고, 무아를 무아로 아는 올바른 지혜를 얻음으로써 인간은 번뇌의 구속에서 해방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현실에서부터 시작해 무루(無漏)의 깨달음의 영역으로 진행하는 불교의 실천체계는 이 간명한 무상(無常) ‧ 고(苦) ‧ 무아(無我)의 가르침에 남김없이 포함돼 있다. 이를 엄밀히 설명하는 것이 아비달마의 임무라고 아비달마논사들은 생각했다. 그리하여 설일체유부의 경우에는 ‘일체가 존재한다’는 주장을 하나의 이론으로 해서 정밀한 학설로 전개하고, 이를 가지고 무상과 무아를 논증하려했다.

   무엇 때문에 모든 것은 무상한가, 연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여러 가지 원인에 연한 결과로서 일어나고 있다. 그것은 독자적으로, 자주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모든 것은 그것을 나타나게 하는 원인 여하에 따라 존재한다는 점에서 상주불변이란 있을 수 없다. 이렇듯 모든 것은 인과(因果)의 관계 위에서 생긴다는 견해가 불교의 입장이다.

   이처럼 무릇 현실에 있어서 인간생존에 관계하는 일체의 사실은 연기한 것이지만 그것을 또한 유위(有爲)라고도 한다. 유위라는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모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의미이다. 연기하고 있으며, 유위이며, 무상한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무상하다고 확실히 앎으로써 그것들에 대한 욕망과 집착이 소멸할 때 괴로움이 소멸된 열반, 깨달음의 세계가 전개된다. 깨달음의 세계는 이제 더 이상 인과(因果)에 속박되지 않는다. 그러한 구속을 받지 않기 때문에 바로 무위(無爲)이다.

    

   5) 유루(有漏)와 무루(無漏)

   

   무상(無常)한 것을 무상하다고 보지 않고, 그것에 대해 욕망을 일으키고 거기에 집착함으로써 번뇌하는 현실의 세계를 유루(有漏)라고 한다. 그리고 무상을 무상으로 알아 욕망과 집착을 끊음으로써 전개되는 고요하고 편안한 깨달음의 세계를 무루(無漏)라고 한다. 여기서 유루라는 것은 번뇌를 가진, 번뇌에 더럽혀진 것이라는 의미이며 무루는 그 반대의 의미이다.

   불교의 목적은 고뇌하는 현실세계, 미혹한 세계를 떠나 열반 - 깨달음의 경지로 들어가는 것이다. 즉, 유위 ‧ 유루의 세계로부터 무위 ‧ 무루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이다. 유위 ‧ 유루의 세계는 사성제(四聖諦)에서 볼 때 고제(苦諦)와 집제(集諦)이며, 무위 ‧ 무루의 열반은 멸제(滅諦)이다. 그리고 괴로움으로부터 그 소멸로 나아가는 방법, 즉 도제(道諦)는 아직 열반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유위이지만 이미 번뇌를 떠나있는 도정에 있기 때문에 무루이다.

   그런데 설일체유부에서는 열반에 2종류가 있다고 했다. 아직 육체가 존재하는 아라한의 경지는 육체적 고통이 존재하므로, 불완전하다고 보아 유여의열반(有余依涅槃)이라 하고, 아라한의 사후를 완전한 열반으로 봐서 무여의열반(無余依涅槃)이라고 했다.

   또한 붓다를 초월적인 인격자로 보고, 일반수행자는 결코 붓다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며, 아라한까지밖에 되지 못한다고 했다. 유부는 붓다의 교설을 충실하고 정확히 해석하려고 노력했는데, 그 결과는 출가중심주의가 되고, 번잡하고 팽대한 체계는 일반인이 근접하기 어려워서 대승불교의 흥기를 촉진했다. 그렇기는 하나 한편으로는 유부의 교의가 동시대 및 그 후 불교에 심대한 영향을 미쳤다.

    

3. 설일체유부의 논서

   

   유부의 논장은 기본적으로 근본 아비달마로 일컬어지는 <집이문족론(集異門足論)> ‧ <법온족론(法蘊足論)> ‧ <시설족론(施說足論)> ‧ <식신족론(識身足論)> ‧ <계신족론(界身足論)> ‧ <품류족론(品類足論)>과 <발지론(發智論)> 등 7론(七論)으로 이루어져 있다(이상에 '아비달마'라는 말을 생략).

   이 가운데 앞의 두 가지, <집이문족론>과 <법온족론>는 <아함경>에 대한 해설서로서, 이 두 론(論)은 아비달마 논서로 성립했지만 아직 경전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경전에 대한 해석으로서의 논(論)’ 정도의 수준이었다. 여기에는 일부 설일체유부 특유의 용어나 사상도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부파들과 공통되는 요소가 많이 포함돼 있으므로 유부의 초기 논서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그 다음에 성립된 <시설족론> 내지 <품류족론>에서는, <아함경>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지고, 각 개념들의 정의나 상호관계에 대해 극단적일 정도로 분석을 했는데, 특히 세우(世友, Vasumitra)의 저술로 알려지는 <계신족론>과 <품류족론>에서는 마음과 마음의 작용에 대한 해석뿐만 아니라 술어에 대한 분석적 고찰이 더욱 더 발전됐으며, 5위 내지 98수면(九十八隨眠)설 등 유부교학의 기초가 확실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가다연니자(迦多衍尼子, Katyayaniputra)가 지은 <발지론(發智論)=아비달마발지론>은 <시설족론> 등과 함께 유부의 중기 논서(中期論書)이면서 유부 아비달마의 획기적인 분기점이라고 할 만한 논서이다. 가다연니자는 대략 기원전 150~50년 무렵의 인물로, 상좌부에서 설일체유부를 분파시켰다고 전한다. 원래 본상좌부는 경장을 절대 무오류로 간주하고, 율장과 논장을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한데 반해, 그는 논장 즉 아비달마를 위주로 해서 제법유론(諸法有論)을 주장함으로써 상좌부내의 지말분열을 초래케 했다고 한다.

   부처님 깨달음의 표준적 근거가 경(經)인가, 논(論)인가 하는 문제는 이미 지경자(持經者)와 지론자(持論者)라고 하는 형태로 원시불교시대부터 제기돼 왔으며, 훗날 유부 내부에서 카슈미르 계와 간다라 계의 논쟁, 그리고 세친(世親, Vasubandhu)과 중현(衆賢, Samghabhadra) 간의 논쟁도 바로 이에 대한 것이었다. 즉 가다연니자로부터 확립된 유부의 전통은 경전(經典)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에 직면하게 된 온갖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사색하고 탐구하려는 데에 있었다.

   앞의 6론이 각기 근본적인 특정의 개별문제를 논의해 유부 교학상에서 발(足)에 해당하는 것이라면 <발지론>은 유부교학을 전체적으로 조직하고 있기 때문에 몸에 해당하는 것이라 해 전통적으로 <발지신론(發智身論)>이라 일컬어 왔다.

   유부교학은 가다연니자(迦多衍尼子)가 저술했다는 <발지론>에 대한 방대한 주석서인 <대비바사론(大毘婆沙論)>에서 집대성됐다. AD 2세기 중엽 인도를 통일한 쿠샨왕조(대월지국/大月氏國) 카니시카(Kaniska)왕 보호 아래 협(脇, Pārśva/파르스바) 존자를 중심으로 해서 법구(法救), 묘음(妙音), 세우(世友), 각천(覺天) 등의 논사와 500여명 아라한들이 카슈미르지방 카스미라(迦濕彌羅, Kasmira)국에 모여 전후 20여년에 걸쳐 결집한 책으로 전체 분량이 200권이다. <대비바사론>은 <발지론>의 주석서인 만큼 그 구성과 내용은 모두 <발지론>과 비슷하다.

   부파불교시대에 불경주석과 연구에 종사한 주석가들을 비바사사(Vibhasika, 毘婆沙師))라고 불렀으며, 이들에 의해 편찬된 것이어서 <대비바사론>이라 했다. 이 논은 '비바사(毘婆沙)'라는 제목에 걸맞게, 원칙적으로 <발지론>의 문구 하나하나에 대해 해설하면서도 중요한 문제로 여겨지는 문구에 이르러서는 많은 분량을 할애해 거기서 논의되지 않은 새로운 문제들까지 논의하면서 설일체유부의 학설을 집대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너무나 방대했기 때문에 이후 요강서 혹은 입문서라고 할만한 <비바사론> ‧ <입아비달마론> ‧ <아비담심론> 등이 나타나게 됐다.

   특히 법승(法勝, Dharmaśri)이 지은 <아비담심론(阿毘曇心論)>은 먼저 게송으로 학설의 요점을 간결이 설한 다음, 산문으로 그것을 해석하는 형식을 취하면서 모두 10품으로 구성돼 있는데, 제1 계품과 제2 행품에서는 유부교의의 핵심인 법의 이론을 설하고, 제3 업품과 제4 사품에서는 미혹한 세계의 원인인 업과 번뇌를 밝혔으며, 제5 현성품과 제6 지품, 그리고 제7 정품에서는 깨달음의 경지와 그에 이르는 방편(지혜와 선정)에 대해 논설하고 있어, 체계나 형식에 있어 이후 유부 논서의 정형이 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석으로 <아비담심론경> ‧ <잡아비담심론> 등이 찬술됐고, 마침내 이 같은 체계에 기초해 설일체유부 아비달마의 최고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나 <구사론>은 경량부의 입장에서 유부를 비판한 부분도 없지 않아 카슈미르 계의 정통 유부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중현(衆賢, Samghabhadra)은 <아비달마순정리론(阿毘達磨順正理論)>과 <아비달마현종론(阿毘達磨藏顯宗論)>을 다시 지어 이를 비판하고 정통 유부설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중현도 <구사론>의 영향을 받아 이전의 유부학설과 달랐기에 후대로부터 신유부(新有部)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나아가 <순정리론>과 마찬가지로 <아비달마디파(아비달마의 등불)>가 근래 발견돼 교정 출판되기도 했다.

    

   —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의 주요 논서 —

    

   설일체유부에서 논서의 발전단계를 크게 3기로 나눌 수 있다.

     ⁃ 초기의 논서는 경장 가운데 이미 존재하고 있던 아비달마적 경향의 직접적인 연장으로 본다. 초기 논서로는 <집이문족론>과 <법온족론>이 있다.

     ⁃ 중기의 논서는 그 뒤를 이어 부파의 독특한 교설을 점차 발전시킨 것이며,

     ⁃ 후기의 논서는 그렇게 발전된 교설을 조직적이고도 일관된 체계로 논술했다.

   • 집이문족론(集異門足論)---<장아함경>에 속하는 경전의 하나인 <상기티수탄타>의 내용을 부연, 설명한 것으로 저자는 부처님 10대 제자의 한 사람인 사리자(舍利弗, 팔리어 Sāriputta)로 돼 있다. <상기티수탄타(중집경/衆集經, 산스크리트어 Sangiti suttanta)>는 여러 가지 불교술어를 1에서부터 10까지의 숫자에 따라 열거한 경전으로 상당히 아비달마적인 색채가 농후한 경인데, 논(論)에서는 <상기티수탄타>에 열거되고 있는 술어 하나하나에 주석적인 설명을 부가하고 있다. 즉 이것은 아함 가운데 특정한 하나의 경전을 채택해 그것을 해석한 것이기 때문에 아함의 직접적인 연장으로 볼 수 있으며, 논장이 경장으로부터 분리, 독립하는 하나의 원초적인 형태를 나타내고 있다.

   • 법온족론(法蘊足論)---<집이문족론>처럼 특정한 한 경전에 대해 주석하는 형태가 아니라 아함에서 21가지 주요한 교설을 선정해 교설 하나마다 하나의 장을 할애해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즉, 먼저 그 교설을 담은 경문을 첫머리에 게재하고 난 다음, 이에 대해 자세히 해석하는 방법은 요컨대 최초기 아비달마 논서의 특징이다. 저자는 부처님 10대 제자의 한 사람인 마하목건련(摩訶目犍連 목갈라나, Maudgalyayana)으로 돼 있다.

위의 두 논서는 아비달마 논서로서 성립했지만 아직 경전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경전에 대한 해석으로서의 논’ 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도 이미 설일체유부 특유의 용어나 사상이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다른 여러 부파와 공통되는 요소가 많이 포함돼 있다.

   그 다음에 성립한 것으로 생각되는, 아비달마적인 우주론과 세계론을 서술한 <시설족론(施說足論)>에서부터 아함경전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지고, 스타일에 있어 아비달마 논서 특유의 색채가 짙게 나타난다. 그리고 마음의 작용에 대한 분석을 한 <식신족론(識身足論)>이나 마음과 마음의 작용에 대한 해석을 더 발전시킨 <계신족론(界身足論)>에 이르면 법수에 의해 종합, 정리된 술어는 매우 복잡하게 해석되고, 각 술어간의 상호관계에 대해서도 극단적일 정도로 자세한 분석이 이루어져 아비달마적 논의는 현저하게 정치해지고 번쇄해졌으며, 따라서 설일체유부 교학의 기초를 확고히 하고 있다.

   • 품류족론(品類足論)---바수미트라(世友, Vasumitra)가 지었다고 하는데, 원래 몇 개의 작품을 한데 모아 하나로 만든 것일지도 모르며, 혹은 한 사람의 손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거기에는 술어에 대한 분석적 고찰이 더욱 더 발전돼 있으며, 동시에 ‘오위(五位)’설이나 ‘구십팔수면(九十八隨眠)설’ 등 설일체유부의 독특한 이론이 확실한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논서이다.

       ※98수면론(九十八隨眠論)---98근본번뇌(九十八根本煩惱)라고도 한다. 부파불교 설일체유부의 학설이다. 여기서 수면(隨眠)은 번뇌를 뜻한다. 근본번뇌를 3계(三界)와 5부(五部)의 측면에서 세분했을 때 얻어지는 98가지의 근본번뇌들을 말한다.

   • 발지론(發智論)---가다연니자(迦多衍尼子, Katyayaniputra/카트야야니푸트라)가 저술한 발지론의 출현은 설일체유부 아비달마 역사상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시설족론>에서부터 <품류족론>에 이르는 동안 여러 논들이 주로 각기 특정한 문제를 분담해 고찰하고 있는데 반해, 발지론에 이르면 비로소 설일체유부의 학설 전반에 걸쳐 조직적인 논술이 이루어짐으로써 원시불교에서 설일체유부(說一切有部)의 교리가 독립하게 된다.

   • 대비바사론(大毘婆沙論)---<발지론>에 대한 매우 방대한 주석서이다. 쿠샨왕조의 카니시카(Kaniska)왕 치하에 파르스바(脇尊者, Parsva)를 비롯한 500명의 아라한이 함께 저술했다고 한다. 이 논서가 나타남으로써 문제의 세분화는 한층 더 촉진됐고, 고찰 역시 더욱 더 정밀해졌다. 실제로 이것은 단순히 발지론의 주석일 뿐만 아니라, 만약 어떤 연관되는 부분이 있다면 발지론에서 언급되지 않는 문제까지도 새롭게 채택해 논의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부파 내의 여러 가지 이론(異論)이나 다른 학파의 학설을 수없이 인용하고 있어서 실로 설일체유부의 학설을 집대성한 것이라 할 수 있다.

   • 아비담심론(雜阿毘曇心論)---저자는 법승(法勝, Dharmaśri)이라고 전한다. 이는 작은 논서이지만 설일체유부의 학설을 조직화하는 데 특기할 만한 공헌을 했다. 이 논서는 모두 10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복잡하게 발달한 설일체유부의 사상을 정연하게 조직하고 있다. 그것은 <발지론>에서 이루어진 8장의 조직에 비해 훨씬 진보한 것이다. 제1, 2장에서는 이 학파의 근본입장으로서 법(法)의 이론을 설하고, 제3, 4장에서는 미혹한 세계의 실상을 밝혔으며, 제5, 6, 7장에서는 깨달음의 경지와 그것에 도달하는 길을 논했다. 이 같은 논의 구성방법은 이후 거의 모든 설일체유부 논서가 답습한다. 그러한 이유로 이 논서 이후를 ‘후기의 논서’라고 한다.

   • 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줄여서 <구사론>이라 하는데, <집이문족론> <법온족론>에서 시작해 <발지론>에서 학설의 대강의 전모를 드러내고, <아비담심론>에서 그 조직적 논술의 정형을 갖춘 설일체유부 논서는 이 <구사론>에서 최고의 정점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체계적 논서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분량에 있어서도 <발지론>의 한 배반, <아비담심론>의 두 배나 되는 대작이다. <구사론>의 저자는 세친(世親, Vasubandhu)이다. <구사론>은 설일체유부의 아비달마 사상을 상세히 설명해 밝히고 있으며, 특히 많은 불교술어에 대해 명쾌한 정의를 내리고 있기 때문에 이후에 불교교리의 기초가 되는 교과서로서 활발한 학습과 연구가 이루어져 수많은 주석서, 연구서, 해설서가 작성됐다. 그러나 <구사론>은 설일체유부의 학설만을 충실히 서술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때때로 저자 자신의 견해에 따라 전통학설을 예리하게 비판하고 다른 주장을 세우기도 했다. 그럴 경우 설일체유부의 정통설을 비판하는 저자의 입장이 경량부(經量部)의 그것과 상통하는 점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설일체유부의 논서라고 단정하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 아비달마순정리론(阿毗達磨順正理論)---<아비달마장현종론>과 더불어 이 두 가지 논서는 중현(衆賢, 상가바드라/Samghabhadra)의 저서로서, <구사론>을 계승하고 있으며, 운문의 부분에서는 구사론의 그것을 거의 그대로 채용하지만 산문으로 된 해설부분에서는 세친(바수반두)의 학설을 엄격히 비판해 정통파 설일체유부의 학설을 선양하려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즉 기본골격은 구사론을 따르되 그 학설의 어떠한 부분에 대해서는 예리하게 반박하고 있다. 특히 <순정리론>은 그 분량에 있어 구사론의 두 배 이상이고, 그 예리한 비판과 상세한 반론이 두드러진다.

   • 아비달마장현종론(阿毘達磨藏顯宗論)---<현종론>도 구사론보다 많은 분량으로 돼 있으며, 이는 비판보다 오히려 정통설의 천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초기부터 부처님 법을 전통적으로 계승해오던 상좌부 계통은 원칙적으로 모든 것은 실체가 있다는 유부의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유부는 이처럼 변치 않는 자성(自性)의 개념을 가진 법의 이론을 바탕으로 광대한 교리체계를 세웠다. 이러한 교리의 바탕에는 ‘삼세실유(三世實有) 법체항유(法體恒有)’라는 기본개념이 있었다. 즉 모든 법은 이 세상을 유지 보존하는 근거로서 과거 ‧ 현재 ‧ 미래의 3세에 걸쳐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법들이 3세에 걸쳐 존재할 수 있는 것은 각각의 현상에 고유한 성질인 자성(自性 혹은 自相)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부가 일체를 유(有)라고 말할 때, 존재하는 모든 것이 변치 않는 성질인 자성이 있어 서로 간에 영향력을 주고받는데 이것이 인과법에 의해 일체를 구성한다고 봤다.

   이러한 기본교리를 바탕으로 유부는 삼세양중인과(三世兩重因果), 업감연기설(業感緣起說), 오온상속설(五蘊相續說) 등 다양한 교리체계를 전개하며 모든 불교이론을 완비하려고 노력했다. 따라서 오늘날 불교의 기초가 되는 기본적인 교리체계는 초기부터 부처님이 밝히신 실상법(實相法)과 인과법(因果法)을 세상에 널리 전하고자 하는 전통 있는 상좌부, 특히 설일체유부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이다.

   유부는 법계(法界)가 모두 실체가 있으며 서로 인과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에 삼세(三世)에 걸쳐 존재하는 법들이 어떠한 관계를 유지하며 존재하는가를 탐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왜냐하면, 부처님은 일체지자(一切智者)로서 삼세의 모든 실상을 밝혔기 때문에 그 제자들이 해야 할 일은 삼세에 있는 일체현상[법(法)]들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으며, 어떤 관계로 놓여있는가를 밝히는 것이 그들의 의무이자 사명이었다.

그래서 유부는 현재를 중심으로 현재와 미래, 현재와 과거와의 관계, 그리고 그 속에 항유(有)하는 법과의 관계성을 규명해 삼세에 존재하는 법의 관계를 크게 인과 연으로 보고, 그것을 세분해 6인(六因) ‧ 4연(四緣) ‧ 5과(五果)로 인과관계를 분석했다.

   또 이와 같이 법계의 모든 현상을 하나의 사실과 인과관계로 분석하는 틀을 갖춤에 있어서 가장 중심이 되는 개념은 바로 해탈(解脫)이었다. 부처님은 더 이상 변하지 않는 무루(無漏)의 경지이며, 영원한 자유의 경지인 해탈을 성취하신 후 해탈은 모든 불제자들에겐 유일무이한 목적지였다. 법계의 모든 현상은 무상한 인과관계를 거쳐 최종적으로 더 이상 변하지 않는 영원한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일체법[현상]을 열반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나 보조적인 조건으로 봤다. 그래서 불법의 교리체계를 영원한 무위법(무루)과 변화하는 유위법(유루)으로 분류해 우주의 일체현상을 설명하고자 했다.

   초기불교에 있어서 영원불변하는 무루의 경지는 오직 부처님의 깨달음의 경지만을 의미했다. 이는 오직 부처님만이 이룬 개인적인 체험의 경지로서 여기에 대해 아는 체하는 것은 불경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이다. 초기 상좌부에서는 이러한 초기의 열반관(涅槃觀)을 그대로 계승해 무위(無爲)에 관한 더 이상의 이론적인 전개를 하지 않고 오직 부처님의 해탈지경(解脫之境)만을 무루로 인정했다.

   그런데 부파불교가 생겨 부처님 법을 지식적 체계적으로 연구해 나가기 시작하자 불교의 기본 교리체계는 이러한 구분에 바탕을 두어 부처님이 이룬 인류 최고의 목적지인 열반과 일반중생이 그에 도달하는 길로 구분해 일체현상을 상세히 설명하게 됐다.

   이러한 초기의 가르침은 점차 발전해 최종적으로 상좌부의 핵심부파였던 설일체유부에서 세친의 <구사론>으로 최종 완성된다. 유부는 세상의 모든 현상을 5위 75법으로 분류해, 모든 일을 설명할 수 있다고 봐, 일체법을 유위법과 무위법으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유위법에는 11가지 물질적인 요소(色法), 47가지 정신의 작용과 정신작용의 요소(citta와 caitta, 즉 心과 心所), 14가지 정신적 물질적 요소에 포함되지 않는 요소(色心不相應行)가 있으며, 무위법에는 사성제(四聖諦) 중 열반에 해당되는 도제(道諦)만이 해당되며, 여기에는 3가지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이러한 유부의 무위는 열반만이 무루라는 초기불교의 기본적인 상식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괴로움으로부터 그 소멸로 나아가는 방법으로, 유부에서 인정하는 무위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허공무위(虛空無爲)로 모든 존재가 나타나는 근본 장을 가정해 말한다. 유위법이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를 막론하고 시방세계(十方世界)에 가득차서, 모든 세계가 끝없이 일어나고 멸하는 근본세계를 말한다.

   둘째 택멸무위(擇滅無爲)로 해탈의 지혜를 말한다. 우리가 지혜로써 정도를 수행함으로써 해탈해서 성불한 경지를 말한다. 즉, 나쁜 것을 가려내서 참다운 진리를 선택해 성취하는 무위법을 말한다.

   셋째 비택멸무위(非擇滅無爲)로 인간이 선택하는 것과 관계없이 저절로 우주가 성주괴공(成住壞空) 해서 공(空)이 되듯이 저절로 무위법인 참다운 진리의 도리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그러나 무위에 관한 상좌부의 기본입장은 일체현상[법]이 존재한다고 보기 때문에 오직 부처님의 열반에 한해 무루를 인정할 수 있으며, 원칙적으로 무위법을 부정하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이러한 시각은 상좌부 계열의 법상부, 신주부, 정량부, 밀림산부, 음광부 그리고 경량부에서도 같은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삼세실유로 대표되는 상좌부의 실체법에 대해 대중부(大衆部) 부파들은 이를 부정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그들은 모든 것이 실체가 있다는 것이 무상 ‧ 무아라는 불교의 기본개념과 맞지 않으며, 부처님이 말씀하신 모든 것은 무지한 중생들을 위해 방편으로 설한 것으로 실제 아무 것도 설한 게 없고, 모든 것은 실체가 없는 공이라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다툼은 부처님 살아계실 때는 아무런 이의가 없는 문제였다. 왜냐하면 이 세상은 완전한 법계이며, 그 속에 있는 모든 일체현상들은 인과관계에 의해 끊임없이 변하고 서로 영향을 준다고 하는 사실적이고 이치적인 불교의 진리체계는 당시 힌두교라는 신의 우상과 미신을 깨부수었을 뿐만 아니라 관념적인 다른 철학유파들을 모두 입 다물게 한 부처님법의 유일한 특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파불교에 들어서서 부처님 법의 실체가 흐려지고, 불교교리가 철학적으로 발전하면서 부파의 논사들이 교학적으로 만들어 놓은 무아 ‧ 무상 ‧ 연기 ‧ 중도라는 개념들이 하나의 독립된 교리로 성립하면서 부처님 법의 근본인 실상법과 연기법 자체를 의문시하고 철학적 논란거리로 만드는 관념적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눈 뜨고도 있는 일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눈 뜬 장님인 중생들의 사유가 부처님의 본질적인 가르침을 농단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힌두교의 영향을 받은 대중부 계통에서는 이 세상의 실체를 공()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기 위해, 부처님 법의 실유성을 부정하기 위한 온갖 수단을 강구했다. 그래서 그들은 부처님이 가르친 일반적인 가르침 이외에 비밀리에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함을 전하려 했다고 주장하면서 가능한 많은 부분을 무위화 시키려는 경향을 보였다. 그리하여 이러한 진보적인 개혁성은 전통을 강조하고 실체를 강조하던 상좌부와 지속적으로 충돌을 했다.

   그리하여 부파불교가 전개된 부처님 사후 100여년부터 구사론이 만들어진 AD 5세기에 이르기까지 약 천여 년에 걸친 부파불교의 발전과정 속에서, 처음에는 오직 부처님의 열반만이 무루였으나 대중부에 의해 많은 부분이 무위로 바뀌고, 최종적으로 중관론(中觀論)에 의해 일체현상이 모두 공이며, 환상이라는 관념적인 결말로 변화하게 됐다. 이것이 바로 대승불교가 출현하게 된 근본배경이며, 대승불교 철학의 중심인 중관론이 성립하게 된 사유이다.

   대중부에 의하면, 제불세존은 모두 출세간적이고, 모든 여래는 유루법이 없으며, 그의 말은 모두 설법이고, 그의 몸과 위력과 수명은 끝이 없으며, 그는 물음에 답하되 생각이 없고, 일찰나에 일체법을 다 안다고 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모든 중생의 심성은 본래 깨끗하나 객진(客塵)과 같은 번뇌에 의해 더럽혀질 뿐이라고 해, 모든 중생이 불(佛)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유위법은 현재에만 존재한다고 해서 법이 삼세에 항상 존재한다는 유부의 법체항유 사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불하십시오. 작성자 이 덕 호(아미산)

※ 위 글을 작성함에 있어서 무여 스님, 마성 스님, 권오민 교수, 이태승 교수를 비롯한 많은 분의 글을 일고 인용했으며, 위키백과와 시공 불교사전을 비롯한 많은 자료를 참고하고 발췌 인용했음을 밝혀둡니다. 일일이 양해를 구하지 못한 점 죄송하며,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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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amisan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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